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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안녕하세요 땃쥐입니다│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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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림책이란 뭘까? 빼어난 그림, 간결한 글, 기발한 상상, 재미, 반전, 작가의 개성 있는 시선, 진실한 목소리. 나와 그림책을 즐겨 읽는 4학년 아이들이 내놓은 답이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그림책을 읽는다. 새 그림책 몇 권을 테이블에 올려 두면 수다를 멈추고 눈을 반짝인다.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

쏟아지는 신간 중에 근래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책은 미야코시 아키코의 ‘안녕하세요 땃쥐입니다’이다. 작가는 10년 전쯤 독일 남부 숲길에서 만난 땃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은 귀, 뾰족한 주둥이, 짧은 털, 앙증맞은 몸집을 가진 땃쥐의 생김새는 첫눈에 아이들의 관심을 샀다.

땃쥐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끼는 접시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성실한 하루를 살아간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빵집에 들르거나 잠들기 전에 루빅큐브를 맞추는 등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는다. 주말엔 벼룩시장에서 낡은 텔레비전을 구해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보고 언젠가 저 바다에 가 볼 꿈도 꾼다.

책장을 넘길 때 장면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터, 컴컴한 터널 안의 지하철, 의외의 기쁨을 기대하게 하는 산책길을 보여준다. 우리네 보통의 날들을 조각조각 따뜻하게 비추는 듯한 그림의 세부적인 표현이 몹시 사랑스럽다.

오랜만에 먼 동네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는 날, 땃쥐는 평소보다 정성을 들여 청소하고 따끈한 수프를 준비한다. 언제나 정성스럽게 하루를 살아가는 땃쥐에게는 오늘도 틀림없이 작은 기쁨이 찾아든다. 똑같아 보이는 나날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소중히 가꿀 줄 아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따뜻한 긍정과 위로를 전한다. 80쪽, 1만7000원.

남지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