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야권 인사 탄압 지적에 "일부는 감옥, 일부는 망명 스스로 선택"
‘이번이 마지막 대선이냐’ 질문에 "죽을 때가 아니다" 즉답 피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며 7연임에 도전하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0)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서방의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대선 투표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4시간 20분을 넘긴 이 회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 세계 언론과 설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선 공정성을 둘러싼 외국의 비판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했다. 그는 "서방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벨라루스는 유럽연합(EU)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당신들 앞에 굴복하거나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주요 야당 인사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선거가 어떻게 자유롭고 공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는 감옥을 선택했고, 일부는 ‘망명’을 선택했다. 우리는 아무도 나라 밖으로 내쫓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서도 "입을 너무 크게 벌린 사람들, 즉 법을 어긴 사람들은 감옥에 가는 것"이라고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폈다.

무려 7연임에 도전하는 루카셴코 대통령이지만, 이번이 마지막 대선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거부했다. 그는 "죽을 때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후계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때가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1994년 벨라루스의 첫 민주주의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31년째 집권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에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후보는 총 5명이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은 허수아비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도 연임에 성공하면 집권 기간이 5년 추가돼 36년으로 늘어난다.

한편, 미국과 EU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야권 탄압과 독립적인 언론 금지 등으로 이번 선거를 ‘엉터리 선거’로 규정하고 비판해 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날 "이것(벨라루스 대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이라고 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