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영양군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영양공설운동장에서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촉구 범군민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영양군청 제공

철도·고속도로 없고 2차선 도로 유일…남북 9축 고속도로 건설 강력 목소리

영양=박천학 기자



철도나 고속도로가 없는 ‘육지 속의 섬’ 경북 영양군이 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고속도로 건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양군은 2차선 도로만 있는 등 전국에서 유일하다시피 할 정도로 교통 오지다.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가까운 응급의료센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다.

25일 영양군에 따르면 군은 심각한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가속화하는 인구 유출, 경기 침체 등을 벗어나기 위해 남북 9축 고속도로(영천~강원)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남북 9축 고속도로는 남북 10축과 동서 10축 등으로 구성된 국가간선도로망 중의 하나다. 강원 양구·인제·홍천·평창·정선·영월과 경북 봉화·영양·청송·영천 등 10개 시군이 포함돼 있다.

군은 지난해 6월 ‘남북 9축 고속도로 추진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조기 건설을 위한 국민청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엔 영양군을 포함한 10개 시군 주민 1만5000여 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또 군은 같은 달 영양공설운동장에서 군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9축 고속도로 건설 범군민 총결의대회를 개최했으며 주민들은 고속도로 건설 촉구를 위한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며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영양군에 걸려 있는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촉구 현수막. 영양군청 제공

군은 올 상반기에는 전문가 세미나 및 건설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도움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 남북 9축 고속도로 건설 예상 사업비는 약 14조887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업은 국토종합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 등 관련 국가계획에는 반영돼 있으나 ‘장래 추진’으로 분류돼 수십 년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교통인프라가 낙후하면서 영양군의 인구는 2014년 1만8297명에서 2024년 1만5328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도 2013년 109명, 2023년 29명, 2024년 25명으로 감소했다. 급기야 영양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4인 이상인 미얀마 난민 10가족, 약 40명을 대상으로 난민 재정착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유엔 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 난민들에게 안정적인 정착 환경을 제공하고 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법무부 등과 협의 중이다.

미얀마는 지난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적 불안과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군은 난민 가정을 위해 주거·교육·일자리 등 정착에 필요한 환경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국제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동시에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