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유족이 요청하면 최단시간 내 진상조사 착수…공식 신고는 없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MBC는 책임 회피…논란 커지자 마지못해 입장 발표"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MBC는 "유족이 요청한다면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방송가에 따르면, MBC는 전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매일신문은 27일 ‘오 캐스터가 동료 혹은 선배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2750자)의 유서를 휴대전화 메모장에 작성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가 된 고인은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으며, 사망 전 MBC 관계자 여러 명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기록이 휴대전화에서 발견됐으나 MBC는 그가 사망한 후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매일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만약 고인이 생전에 피해 사실을 MBC 관계자에게 알렸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캐스터는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정확한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접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MBC는 고인이 고충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신고한 적이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입장을 발표한 모습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반드시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