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미 대륙(오른쪽)과 유럽 대륙(왼쪽) 사이에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가 위치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서 유럽행 수출교역로 가치도 높아
한국에서도 자원외교 시절 ‘개발 관심’
"북극협력 확대방안 시급히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당선 후 중남미의 파나마 운하와 함께 북미의 그린란드 영유권에 관심을 드러내며 그린란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희토류 등 첨단산업의 원자재 부존량 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효율적 교역로로서 역할도 크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 등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2023년 조사 기준 150만t으로 각국·지역별 매장량 가운데 8위다. 그러나 중국·베트남·브라질·러시아·인도·호주·미국 등 상위 1~7위 매장 지역이 주권이 확고한 국가별 영토인 반면, 그린란드는 ‘자치령’으로서는 최대치다. 현재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자치권을 부여받고 자치정부도 구성하고 있다.

또, 그린란드의 희토류 중에는 유럽연합(EU)이 지정한 핵심원자재 목록 34종 가운데 흑연·구리·니켈·티타늄·바나듐·텅스텐 등 22종의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첨단산업의 발달로 희토류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린란드는 희토류를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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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린란드는 미개발 천연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가치뿐만 아니라 빙하가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면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지로 부상 중이기도 하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를 통한 북극 항로를 개발하면 북미-유럽-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해상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서부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서유럽-동아시아 경로 대비 절반 이상으로 운송로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자원·교역로로서의 가치로 인해 미·중·러는 그린란드 등 북극권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란드를 활용해 ‘북극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그린란드를 북극 전략의 일부로 간주해 전략 원자재 추출 등을 검토 중이다.

앞서 한국도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를 활발히 하던 시절인 지난 2012년 5월 국내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덴마크 과학·혁신·고등교육부를 비롯해 산·학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그린란드 에너지·광물자원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그린란드에 관심 표한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최근 ‘트럼프와 그린란드 - 북극 미·중 경쟁 심화’ 보고서에서 "그린란드는 단순한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국제질서 재편과 경제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를 기회로 활용해 북극 협력을 확대하고, 자원 확보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범부처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