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쓰나미 속에 설 연휴를 맞게 됐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정치 리스크로 인해 1%대 중반으로 내려갈 전망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도 막이 올랐다. 대통령 ‘대행의 대행’ 등 리더십 공백까지 겹쳐 국가적 대혼란 상황이다.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신년 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에 유보적 입장도 밝혔다. 거대 야당 지도자이자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실용주의로 돌아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입장 전환에는 여야 지지율 역전과 ‘이재명 포비아’ 확산 등에 따른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대표 출마 때도 지지율이 급락하자 ‘먹사니즘’을 들고나온 바 있다. 당시 출마선언문에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하고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을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 전력망 확충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고, AI 기본법도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정쟁에 밀려 반년 가까이 찬밥 신세였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양곡관리법’ 등 진영 논리에 치우친 법안들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으니 누가 야당을 믿겠는가.

이 대표는 이제라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초당적 협력으로 기업 주도 성장을 실천해주길 기대한다. 첫 단추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는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 확충법, 고준위 방폐장법부터 속도감 있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노란봉투법 등 반(反)기업 법률안은 폐기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의 걸림돌인 ‘1인당 25만 원 지원’도 거둬들여 경기 부양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