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공개변론의 증인으로 출석해서 한 발언은 다른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취지 및 전반적 정황과는 크게 달랐다. 포고령 작성 주체 등에 대한 자신의 기존 발언과도 뉘앙스가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통치 행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서로 말을 맞춘 듯한 논리였다. 윤 대통령 주장이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주요 대목에서 한덕수 총리, 최상목 대행 등 국무위원과 군부대 사령관, 경찰 지휘부 등과도 배치되는 내용이 많았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의도와 상관없이, 헌재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자들의 증언을 직접 청취함으로써 사실관계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 직후 12월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당·정·대 회동에서 “(비상계엄은)야당의 폭거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했으나, 이날 증언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 달라는 것이었지, 야당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계엄령이 아니라)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계몽령” 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전 장관의 지휘관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헌재 심리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군) 요원들을 빼라고 한 것”이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의원’이 ‘요원’으로 둔갑했다. 최 대행에게 준 쪽지도 “비상입법기구가 아닌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이라고 했다.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찬성도 있었다는 김 전 장관 증언도 확인 대상이다. 탄핵 심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반 국민도 합리적 판단이 가능할 정도의 심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