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이제 韓 향할 수도

유럽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선제적으로 방위비 인상을 약속하고 나섰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등 유럽 안보를 흔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이 방위비 인상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의 칼날이 한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방위청(EDA) 연례 포럼 연설에서 “우리가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고 있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옳다. 이제는 투자할 때”라고 밝혔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3년에서 5년 안에 EU의 방어태세를 시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을 향한 EU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유럽 안보를 위한 공평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방위·우주담당 집행위원은 전력 증강을 위한 세부 계획을 정하면 EU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도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지금은 유럽이 안보 부문에서 돈을 절약할 만한 여유가 없는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만이 다른 동맹이 더 강해지기를 바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반대파였다면 그런 말(방위비 확대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전역에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유럽의 방위비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 결국 나토 안보 우산이 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재임 시절에도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해 유럽 회원국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