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은 정치부 차장

최근 여권 지지율 상승을 근거로 ‘윤석열의 귀환’을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헌법재판소가 날로 불어나는 지지자 목소리에 넉넉히 귀 기울여 탄핵 기각 결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법조계 분위기는 다르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뼈대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최근 만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계엄 조치를 헌재나 법원이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재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전관은 “계엄에 5∼6가지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다면, 통치행위도 심사할 수 있다’는 법원 판례를 떠나, 형식·실질적 하자가 있는 계엄을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인정하기는 도저히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그간 제기한 이의·기피 신청 전적이 ‘11전 11패’인 것은 헌재와 법원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권 지지율 상승에 대한 보수적 해석도 필요하다. 여권 지지세를 계엄에 대한 동의나 탄핵 기각 찬성으로 곧바로 등치하기는 어렵다. 현직 대통령이 ①탄핵소추되고 ②체포를 당하고 ③구속되고 ④3평 구치소 독방에 수감당한 데 대한 동정 여론이 일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특히 약자의 처지에 놓인 이에 대해 너그러운 경향을 보인다. ‘판사 쇼핑’을 하며 수차례 스스로 수사 정당성을 허문 아마추어 공수처, 각종 고소·고발을 벌이며 점령군 행세를 한 야당의 행태도 이 여론을 키운 측면이 있다.

앞으로 국민 시선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제는 ‘죽어가는 윤석열 권력’이 아닌, ‘산 이재명 권력’에 집중될 것이다. 느닷없는 계엄에 황당해하던 국민은, 도대체 왜 자해적 계엄까지 이르게 됐는지 과정을 생각하게 됐다. 평가가 어떻든, 황당 계엄과 그 전후의 더불어민주당 탄핵 공격을 한데 묶어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이 대표의 자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중에는 “현직 대통령도 구속됐는데, 법 앞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지적에서 보듯, 여권은 이 대표의 ‘사법 형평성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법원도 현직 대통령 구속 사례가 근저에 있는 만큼, 이 대표에 대해 보다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6대 은행장을 한데 호출하는 게 이 대표의 민생 비전인지, 제왕적 대통령제를 깨뜨릴 개헌에는 왜 소극적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날 것이다.

국민은 내전 수준의 정치적 혼란상을 보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됐다. 대결적 ‘윤·이 시대’를 넘어, 포용의 리더십을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게임의 룰’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는 태도(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시민성’ 개념)조차 없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좌우 양극단에 서 있지 않은 다수 중도 성향 국민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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