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국민의힘 무기력 등으로 집권 세력 전체가 혼돈에 빠지면서, 최상목 ‘2차’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정의 중심 역할이 집중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국내외 정세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 이에 비례해 최 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할 불가피성도 더 커졌다. 야당의 탄핵소추 겁박에 밀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거대 야당이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일방 처리 법안’에 대해선 재의 요구(거부권)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최 대행은 21일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강제’ 방송법 개정안,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안,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최 대행은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했다. 한결같이 위헌 요소 등 문제점이 적지 않은 법안들이다. 수신료 징수 시스템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정착되고 있는데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시효 특례법은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과 직권남용을 반인권 범죄로 규정해 시효를 없애자는 것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검사를 겨냥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AI 교과서와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 심각한 업체 피해가 예상되고, 정부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다른 문제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두 번째’ 내란 특검법은 위헌 소지에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공포 시한인 2월 2일 이전에 거부권 행사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은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하자는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10개 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야당이 또 ‘151석 기준’으로 대통령 대행 탄핵소추를 강행할지 모르지만,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회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