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한 달 앞당겨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정치 리스크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1.6∼1.7%로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1.9%에서 두 달 만에 0.2∼0.3%포인트(p)나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기획재정부 1.8%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다. 보수적인 한은마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12·3 비상계엄 직후 14포인트까지 올라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파동(7∼8 포인트)보다 두 배나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낮아졌다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로 다시 높아졌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낮아졌다. 법적 시스템 작용이 중대한 변곡점이 된 것이다. 한은은 정치 리스크로 카드 사용액과 아파트 분양부터 얼어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성장률도 탄핵과 무안공항 참사로 기존 전망치 2.2%보다 낮은 2.0∼2.1%에 머물 것”이라 우려했다. 해외발(發) 먹구름도 짙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외수입청을 설립해 관세를 높이고 “수천 개의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글로벌 지각변동을 예고한 것이다.

한은이 1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2월에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금융정책만으론 역부족이다. 정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부터 보여줘야 한다. 중립적인 비상계엄 수사와 질서 있는 탄핵 심판이 중요하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과 민생 법안들부터 조속히 통과시키고, 포퓰리즘 요소를 제거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서둘 필요가 있다. 정치 혼란이 경제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