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출범

한국 패싱 가능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올리자마자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한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북이 북핵 동결·군축을 목표로 ‘스몰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원칙을 내세우는 우리 정부가 소외된 채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도 “북한 비핵화는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북한은 절대로 핵 보유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핵보유를 거론하면서 외교 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두 정상이 핵 군축·동결을 목표로 한 ‘스몰딜’에 나설 경우,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패싱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과 일본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면서 동북아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정상외교가 막힌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바탕으로 북한이 협상 테이블이 조만간 열린다는 판단하에 다양한 대미(對美) 도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장착한 이동식발사대(TEL)를 투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미 도발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2024년 군사동향과 2025년의 선택’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대남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저강도 도발 전략에만 집중하며 전략적 역량을 모았다”며 “이는 2025년 도발을 터뜨리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권승현·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