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취임 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막내아들 배런, 멜라니아 여사, 장남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차녀 티퍼니,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AP 연합뉴스

■ 트럼프 2기 출범 - 대외정책

“김정은도 날 반길 거라 생각”
비핵화 아닌 핵군축 협상할듯

“다른 나라에 이용당할 일 없을 것”
대외군사개입 최소화 천명하며
역내 패권주의 강화 ‘돈로주의’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칭하고 첫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기 행정부 임기 중 북한과 직접 대화나 관계 개선을 위한 급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가 되겠다고 언급한 것과 연결지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핵군축 협상 등 ‘스몰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7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주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처럼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위협을 지목했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우리에게는 많은 위협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관련 언급을 꺼냈다. 이날 공식 취임사는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밝히는 형식이 아니라 국내 현안 문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북한 등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나는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며 “우리는 아주 잘 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두고 ‘핵보유국’이라 칭하면서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때 김정은과 좋은 관계였다고 언급하며 미·북 간 직접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미지 크게보기펜 던지며 ‘행정명령 서명 끝’　 20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후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사용한 펜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외 군사 개입을 자제하는 신고립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이자 통합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장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북한의 핵 위협은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미국을 향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식의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취임사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동맹국의 안보 부담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기자들과 문답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그린란드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한 강조를 통해 미국 인근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서는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 밖의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먼로 독트린에 빗댄 ‘돈로(먼로+도널드) 독트린’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적절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못하는 동맹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서부 개척 역사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