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직 대통령의 구속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일요일이던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15자(字)만 적시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특히 윤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할 때, 무성의한 ‘판사 갑질’로 비칠 정도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의 피의자 태도와 진술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국민 억장은 더욱 무너지고, 사법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도 낳는다. 불과 1년 남짓 이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며 600자 분량으로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했던 것과 달리,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잡범’ 취급하듯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와 체포 영장 논란을 보면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는 물론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및 기소가 확고한 공정성을 갖지 못하면, 엄청난 후유증을 부르게 된다. 윤 대통령도 ‘법 기술자’ 같은 대응을 하기보다 당당하고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했던 쪽지에 대한 차 판사의 질문에 “김용현(계엄 선포 당시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국회에 자금을 끊고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쪽지를 윤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최 대행이 이미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군 지휘관들 진술에 “내 수사 경험에 비춰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포고령은 김용현이 잘못 베낀 것”이라고 헌재에 답변한 바 있다. 대질도 해야 할 안타까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