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6대 은행장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고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지도자가 이런 행사를 갖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가계와 소상공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미 은행들이 법정 출연금 중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없도록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들의 가산금리 수익에서 매년 약 3조 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2023년엔 금융사가 벌어들인 초과 이익의 최대 40%까지 환수하는 ‘횡재세’ 법안도 추진한 바 있다. 횡재세 도입이나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정치 금리’는 일단 대출자들의 환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해 ‘관치 금리’에서 보듯 과도한 경영 개입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시행하기로 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돌연 두 달 연기하면서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연말까지 대출을 초(超)고강도로 죄는 등 갈팡질팡하며 혼선을 키웠다.

가산금리의 인위적 인하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묶어두려는 금융 당국과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위기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부를지 모른다. 외국인 투자가를 중심으로 은행들의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예대 마진과 가산금리는 시장 원리에 맞춰 신중하게 풀어야 할 문제다. 관치 금리·정치 금리 같은 포퓰리즘으로 변질되면 금융시장도 망치고 경제는 더 불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