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北 4대 수출 품목,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과 겹쳐
핵무기와 관련된 핵심 군사기술 제공할 가능성 크지 않아


북·러 관계가 경제적으론 상호 보완적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여서 향후 북한군 파병 대가도 경제적 원조가 아닌 군사적 원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러 관계의 암울한 미래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6일 세종연구소에 게재했다.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주요 후원국이 되어 중국을 대체할 거란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북한의 4대 수출 품목(석탄, 의류, 어류, 아연 등)이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과 겹치기 때문에 이들은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적’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최근까지 전 세계 석탄 수출국 3위였고, 러시아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어류보다는 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애초부터 경제적 원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즉 양국은 취약한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한 ‘기회주의적’ 군사 동맹일 뿐이기 때문에 종전 후 북한의 효용 가치가 애매해진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노동력만이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분야일 수 있지만,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거라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러 관계에 대한 제언도 담았다. 란코프 교수는 불안정한 한·러 관계에서도 러시아가 한국과의 교류에 관심을 표명한 점에 주목하며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선 한국 정부의 신중하면서도 확고한 태도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전 후 러시아는 한국과의 무역 및 경제 관계 회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러가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종전 후 양국 간의 무역은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원조의 초점은 재래식 기술에 그칠 거란 분석도 나왔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러 동맹과 한국의 정책’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필요한 군사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영역에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핵무기와 관련된 핵심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원치 않고, 핵 관련 군사기술의 확산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