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포고령 작성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문 6개 항의 ‘제1호 포고령’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서, 내란 혐의의 법적 책임을 상대에게 가급적 떠넘기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제1항과 관련, 윤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김 전 장관이 그대로 베껴왔고,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는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16일 헌재 첫 변론준비기일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쓰고 대통령이 검토한 것으로, 착오는 없었고 정당하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과거 예문 복사판이라면, 1961년 5·16 쿠데타와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당시의 포고령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어느 것에도 ‘국회’ ‘지방의회’ ‘정당’을 특정해 활동을 막는다는 내용은 없다. 관련자 증언이나 통화 내용 등을 보더라도 무리한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엄을 함께 논의하고 실행한 김 전 장관 측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도 민망한 일이다. 불법임을 인식했었다는 자백으로도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