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집회에 동원된 난방버스.

겨울 비수기에도 시위현장 수요
정치유튜버들 후원금 받아 동원

“난방버스에서 한숨 자고 나왔습니다. 이제 슬슬 시위하러나가야죠.”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 앞에서 만난 A 씨는 ‘난방버스’에서 나와 피켓과 나팔 등을 챙기고 있었다. 난방버스에서 나온 이들은 외투를 껴입고 마치 출근하듯 자연스럽게 시위 현장으로 향했다.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 부근에는 난방버스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영하권 날씨에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24시 시위’를 불사하고 있는 지지자들을 위해 정치 유튜브 채널, 보수 단체 등에서 이들이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전세버스를 지원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도 난방 버스가 10여 대 줄지어 서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찬반집회’ 장기화로 난방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세버스 시장이 ‘웃픈 성수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버스 업체에 50만∼60만 원을 지불하면 원하는 위치에 버스를 하루 동안 정차시킬 수 있다고 한다. 버스가 정차해 있는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난방버스 대여비는 유튜버들이 방송을 통해 받은 후원금이나 정치 커뮤니티 내 모금 등을 통해 마련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유튜버들은 ‘충성 독자’인 집회 참여자들에게 채널을 홍보할 수 있고, 보수 단체는 집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이날 공수처 앞 탄핵 반대집회에서 만난 김모(64) 씨는 “공수처가 오늘 중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데 언제가 될지 몰라 밤샘집회를 각오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난방버스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 난방버스를 보낸 적 있다는 한 정치 커뮤니티 관계자는 “난방버스가 커피차나 카페 대관보다 저렴한 편”이라며 “난방버스는 한 자리에 계속 정차해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버스 관계자 A 씨는 “겨울은 단풍여행 같은 단체여행이 없어 비수기인데, 최근 난방버스 문의가 많아 때아닌 성수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언·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