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햄버거집에서 ‘12·3 비상계엄’ 준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인 신분이면서 현직 정보사령관에게 지시
문상호 정보사령관 군검찰 공소장 통해 확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약 3주 전인 지난해 11월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서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를 한 정황이 군검찰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17일 86쪽 분량의 문 사령관 공소장을 확보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3시쯤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어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복면 등도 잘 준비하라"며 자리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문 사령관은 배석한 정보사 대령에게 "일단 체포 관련 용품을 구입해 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지시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난 것으로 군검찰은 파악했다.

이 같은 공소장 내용은 문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랐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점집을 차리고 역술인으로 활동해왔다.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문 사령관은 11월 19일 최종 선발 요원 40명 명단을 보고받고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전달했다.

노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을 다시 만나 "계엄이 선포되면 즉시 중앙선관위로 선발대를 보내 서버실 등을 확보하라"며 "믿을 만한 인원들로 10명 정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인 12월 3일 낮에도 문 사령관에게 전화해 "오늘 저녁 21시쯤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문 사령관은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정보사령부 소속 대원 10명을 과천 중앙선관위로 출동시켰다. 이들은 실탄 100발 등을 소지한 채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중앙선관위 인근 도로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문 사령관 명령에 따라 중앙선관위 당직실로 진입해 당직자, 방호원의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일반 유선전화 전원도 차단했다.

문 사령관은 또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 36명을 판교 정보사 100여단 대회의실에 집결시키기도 했다.

정보사 A 대령은 문 사령관 지시에 따라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표식이 달린 목걸이 표찰,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개, 케이블 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한 뒤 체포 대상인 중앙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렀다.

A 대령은 "이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부대원들에게 12월 4일 오전 5시쯤 출동해 아침에 출근하는 이들 직원을 케이블 타이 등으로 포박하고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부대원들은 4∼5명씩 나눠 4개 조로 편성됐다. 수방사 B1벙커로 선관위 직원을 이송한 후 취조 공간을 확보하는 A조, 선관위 방송실로 이동해 미협조시 체포한다는 내부 경고 방송을 하는 B조, 선관위 직원 전체 명단을 확보하고 청사 내 조사실을 확보하는 C조 등이 있었다. D조는 "전산실로 이동해 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관련 신고 및 양심고백을 하라는 공지 글을 게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대원 36명은 출동 대기를 하다가 4일 오전 4시 26분쯤 비상계엄 해제가 발표되자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고 각자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