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무기’로 경호처 등 압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서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가 더뎌지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외환죄 수사를 돕는 내용의 입법으로 ‘외곽 지원’에 나섰다. 거대 야당이 입법을 무기로 경호처를 압박하고 수사기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내란·외환죄에 한해 군사상 비밀 장소라도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이 사용하던 비화폰(보안전화)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 및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행법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는 군사상 비밀 장소를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직권 남용 금지 대상에 ‘경호처장’을 포함하고, ‘내란 또는 외환에 관한 죄에 대한 압수·수색·체포·구속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한 개정안을 전날(9일) 발의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도 넣었다. 박종준 경호처장을 정조준한 조항인 셈이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