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원전 축소·추경 편성 등
정책· 예산· 인사 ‘점령군’ 노릇

崔 권한대행 체제 2주 지났지만
관료들 복지부동… 야당 눈치만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국가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권을 잡지도 않은 야당이 정책부터 예산·인사까지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축소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정책·예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불러 외환시장 동향 보고까지 받으며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관 등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 공직자 인사는 당분간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직사회에선 차기 권력 ‘줄 대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개시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2주가 넘어가고 있는 중에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관여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계엄·탄핵 사태 전에도 여소야대 국회여서 민주당 ‘몽니’가 드물지 않았지만, 국정 공백 상태가 두 달째로 접어들며 이제는 민주당이 마치 집권 여당 같다는 평가다. 올해 정부 예산을 4조1000억 원이나 깎아 단독으로 통과시켰던 민주당은 이제는 최소 20조 원대 슈퍼 추경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11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 보고를 받지 않고 버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규 원전 건설 1기를 축소하는 대신 태양광 발전을 2.4GW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면서 ‘탈(脫)원전 시즌 2’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과 한은 부총재보를 불러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도 관가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관료들은 복지부동 상태로 정치권 눈치만 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야당 줄 대기에 나섰다는 소문도 나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날 니어재단 토론회에서 “야당이 대안 정책을 입법하고 탄핵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등 사실상 ‘두 개의 정부’ 상태”라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