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탄핵정국’ 공무원들 어디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공무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민주 ‘집권당 행세’

이재명, 관료 호출해 업무점검
원전 대신 태양광 늘리기 유도
차기정부 인사 하마평도 돌아

“민주당이 정책·예산·인사 틀어쥔 형국”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예산·인사 등 국정 운영 전반에 전방위 개입하며 정권 교체도 되기 전에 야당이 사실상 집권 여당 행세에 나섰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재정 정책 기조가 바뀌는 조짐이고, 정부 여당이 추진하던 부동산 규제 완화나 경제·민생 법안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29번에 달하는 탄핵소추안 발의 여파로 이번 정부 곳곳이 인사 공백·적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 차기 정부 고위 공직자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조정안’을 마련한 것이 비상계엄·탄핵 사태 후 야당이 주도하는 현 국정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계획보다 신규 원전 건설 규모를 1기 축소하고 태양광을 늘리는 식으로 야당 입맛에 맞게 수정하며 ‘야당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사 상태에서 간신히 살아난 국내 원전 산업계의 ‘탈(脫)원전 유턴’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차 2법’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반도체 특별법 제정·상속·증여세 개편 등 경제 민생 법안은 민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했던 ‘생계비 통장 압류 금지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건전재정을 표방하던 정부 재정정책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 특활비·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잘라낸 채 올해 예산안을 헌정 사상 첫 단독 통과시켰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포함해 20조 원 규모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예산당국의 공식입장이지만 물밑에선 추경 사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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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호출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이 대표가 기재부 1급 간부와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불러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열고 적극적인 외환관리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으로 관가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외환시장 문제까지 언급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제 이슈 선점·수권 정당으로의 면모 과시와 공무원 기강 잡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탄핵 사태 이후 실·국장·과장까지 모두 불러 업무보고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푸념했다.

민주당의 ‘민주당 집권 플랜본부’가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인수위원회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대표 측근이 속속 모여들며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들린다. 다른 한편에선 고발·탄핵 카드를 무기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공세·견제도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무원 복지부동 해소법은 인사밖에 없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장관 및 부처인사를 촉구했고 최 권한대행도 이에 호응했지만 인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경우 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벌써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등 차기 정부 인사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정책·예산·인사까지 모두 민주당이 틀어쥐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권도경·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