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시리아 과도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리아에 부과하던 경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인도주의적 지원이 원활히 제공되도록 했다. 이에 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주도의 시리아 과도정부에 ‘제한적 지지’를 표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6일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반 허가(General License)’를 통해 에너지 판매를 비롯해 시리아 정부와 특정한 거래를 향후 6개월간 승인했다고 밝혔다. 개인 간의 송금 제한도 일정 부분 해제된다. 아사드 정권 당시 부과됐던 대(對)시리아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치로 식수·전기 등 인도주의적 생필품을 제공하는 지원 단체들이 그간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야 했던 개별적 승인 절차가 면제될 예정이다.

미 재무부는 “공공 서비스 제공이나 인도 지원 등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활동이 미국 제재로 방해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도 “과도기 동안 재무부는 시리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및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리아는 현재 정부가 공급하는 전기가 하루에 2~3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고질적 에너지난을 겪고 있어 이번 조치 이후 과도정부가 약속한 ‘8시간 전기 공급’이 현실화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지난달 HTS가 주도하는 반군의 대규모 공세로 2대에 걸쳐 독재 정치를 펼쳐오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고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하면서도 반군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HTS가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전신으로 두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HTS도 테러 단체로 여전히 지정한 상태이며 광범위한 제재 해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