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 시민이 홀로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뒷모습.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외로움이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이 전 세계 보건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악성 단백질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서 외로움이 신체적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저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의학 데이터베이스인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4만2000여명의 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고립 혹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혈액 내 단백질 수치를 비교했다. 성별·나이·학력·흡연·음주 섭취량 등 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사한 결과 연구팀은 혈액 내 단백질 175종이 사회적 고립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외로움과 관련된 혈액 내 단백질은 26종이었다. 연구 대상이 된 혈액 내 단백질은 총 2920종이었다. 사회적 고립 연관 단백질과 외로움 연관 단백질 종류는 대부분 겹쳤다. 연구진의 조작적 정의에 따르면 외로움은 관계나 사회적 연결에 대한 주관적 상실감을 의미하고 사회적 고립은 타인 또는 사회와의 연결 정도와 빈도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혈액 내 단백질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과 연관된 단백질 대부분은 염증, 항바이러스 반응, 면역 시스템 등에 관여하는데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이 클 경우 그 수치가 높아져 기능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문제가 된 단백질 수치가 높은 이들의 수명은 더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가자들의 평균 14년간 장기 건강 데이터를 추적했을 때 연구진은 해당 단백질의 90％가 사망 위험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악성 단백질의 50％는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 및 뇌졸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