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내수경제 등 불안
허례허식 없애고 ‘내실’ 집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8일부터 진행되는 18개 부처 신년 업무보고와 관련해 “허례허식을 없애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열흘 넘게 진행하던 업무보고 기간은 닷새로 단축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했던 업무보고 규모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관가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토론’ 형식을 도입, 각 부처가 상호 견제를 통해 정책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8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4곳의 경제 부처를 시작으로 신년 업무 보고를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경제 부처가 가장 먼저 보고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오는 14일까지 사회·외교·안보 등 5개 분야에서 18개 부처, 4개 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순차 합동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통상 신년 부처 업무보고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홍보하는 측면이 짙었는데, 올해는 이런 외형 중심의 업무보고를 지양하고 짧은 기간 내실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신년 업무보고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목표인 ‘양극화 해소’ 정책 발표의 장으로 삼고 대대적인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환율과 내수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감안해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고 장차관과 실국장 중심의 효율적인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업무 보고 직후엔 정책 토론도 진행해 정책 오류와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외부 민간 인사들은 올해 업무 보고엔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최근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정부 고위 인사 관련 업무 보고를 1∼2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권한대행이 인사 수요가 시급한 주요 재외 공관장, 서울경찰청장 등 일부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인사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추후라도 치안 등 인사 수요가 시급한 곳에 제한적으로 인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