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위치한 민간 병원들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로 꼽으며 연일 공중 폭격과 지상군 투입 등을 하고 있다. ‘전쟁 범죄’ 논란과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인질 협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도시 가자시티의 알파와 병원을 공습했다.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해당 공습으로 인해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이 더 이상 병원으로 쓰이지 않는다며 “하마스 방공부대 소속 테러리스트들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병원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번 공습이 없었다면 며칠 안에 운영을 완전히 재개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아흘리 병원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지난 26일부터 전날까지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을 급습하고 병원장과 의사 등 24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들이 의료진·환자 등으로 은신해 병원에서 인간방패 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작전을 통해 19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한 반면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며 작전 개시 전 환자와 의료진을 적신월사 구급차로 대피시키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의 해명에도 ‘전쟁 범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카말 아드완 병원 공격으로 가자지구 북부의 마지막 대형 의료시설이 운영을 중단했다”며 “의료체계를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건 치료가 필요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 지도부는 잇단 병원 공격 속에 전쟁 지속 의지를 내비쳐 휴전협상 무산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군사력은 무력화됐다”면서도 “종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