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가상자산’ 규제에 갇힌 한국 - <下> 下 글로벌화 시급

명확한 법적근거 없이 외인 막아
국내 이용자들만 우물안 개구리

국내유입 허용 후 세금 받으면
“연간 兆단위 세수확장도 가능”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커졌지만 규제에 묶여 더 이상의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인 거래뿐 아니라 외국인 거래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이용자를 국내 거래소로 유입시켜야 가격 왜곡 현상이 해소되고 투자자 보호가 용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104억 달러(약 15조 원)로 전 세계 가상자산 플랫폼 가운데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빗썸의 거래량도 21억 달러(3조 원)로 14위를 차지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한국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가 1300억 달러(173조 원)로 동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소 규모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좀 더 다양한 주체의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동성이 충분치 않아 시장 안정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지난 2021년부터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거래소 이용이 금지되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참여가 허용돼 있다. 세계 1위 바이낸스의 경우 달러·유로 등 27개국 통화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38개 국가에 진출해 가상자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 부족이 낳는 대표적인 문제는 ‘김치 프리미엄’이다. 이는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비트코인 시세가 처음 1억 원을 달성한 지난 3월 김치 프리미엄은 8%로 급등했다. 비트코인을 사려는 국내 투자자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신규 상장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장빔 현상도 유동성 부족이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상장된 ‘무브먼트’는 지난 9일 코인원에서 상장가 215원으로 시작해 한때 99만8500원으로 4600배 급등했다가 바로 5000원대로 폭락했다. 같은 시각 해외 거래소에서는 1달러 내외에서 가격이 유지됐다.

국내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통제 제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갖춰져 있는 만큼 이제는 해외 이용자에게도 문을 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이용자의 국내 거래소 유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외국인이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납부하는 효과가 있어 연간 조 단위의 세수 확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