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공형 정년연장’ 안된다 - 재계 “현체계로는 한계” 목소리

근로자 동의 없이는 개편도 불가
성과따른 차등보상 전제로 해야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어려운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고령자 고용 안정성 저해와 임금 격차 심화, 청년층 신규채용 축소 등과 같은 정년연장 부작용을 부채질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계는 개인이 수행하는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해야 발전적인 정년연장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고령인력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경영계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 당시 기업 노사에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했음에도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으로 굳어진 데 따른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새로운 논의를 위한 전제로는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과 고령자고용법상 임금체계 개편 의무 실효성 강화 등이 꼽힌다. 현행 근로기준법하에서는 고용환경이 바뀌고 경영이 어려워도 노조나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는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능하다. 특히 기존에는 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종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은 사용자의 일방적 필요에 의한 조치가 아니라 정년연장 등 달라진 노동환경에 대응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고령자고용법에 명시된 임금체계 개편 조치 의무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년연장 시 임금체계 개편은 법상 의무규정임에도 앞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를 시도하려는 기업과 연공급을 고수하려는 근로자 간 갈등을 초래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년연장과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개편이 법적 의무사항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노사 인식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