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 30년 근로자 1명 임금이면
1년 미만 근로자 3명 고용 가능
現임금체계론 해법 찾기 어려워

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정년연장 논의가 재점화한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공급제(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제도)를 지닌 국내 노동환경에서 또다시 법으로 정년연장을 강제할 경우 사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회적 합의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지는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청년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연공형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언급 없이 법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속 3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의 임금(2020년 현재 697만1000원)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236만5000원)의 2.95배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연공형 임금체계를 채택했던 일본(2.3배)은 물론 독일(1.8배)·프랑스(1.6배)·영국(1.5배) 등 주요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 15개국의 평균은 1.65배다.

근로자의 직무능력·생산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강제되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며 청년 신규 채용을 위축시킨다. 또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보단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에게만 정년연장의 혜택이 쏠리는 부작용도 야기한다. 법적 정년연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를 더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국내 주요 업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연장같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사안들은 국회에서 더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정년연장 문제를 정치권에서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