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에 따라 ‘韓권한’ 입장 바꿔
野공세에 잇단 임기응변식 대응

국민의힘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권한을 재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 주도로 통과되는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서도 국회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조차 행사하지 말라며 압박하고 있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행에게 국회법 증언·감정법(증감법), 양곡관리법·농산물가격안정법·농업재해대책법·농업재해보험법(이하 양곡4법) 등 ‘이재명 국정파탄 6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며 “이 법안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야당의 위력을 악용해 충분한 검토와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한 법안들”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일부 여당 의원들도 찬성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과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한 대행은) 당당하게 권한을 행사해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했다.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는 “민주당은 권한대행에 탄핵으로 으름장을 놓는 폭력적인 협박 정치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야당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하고 표결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하자”고도 했다. 이를 두고 야권과 법조계에서는 “법적 논리가 맞지 않는 주장”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오는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임명 불가’ 논리를 쏟아내고 있다. 권 대행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가 소추인이 된 이후 소추안에 대한 재판 주체인 헌법재판관을 정하는 것은 법적 공정성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권’인데도,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국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 자체가 불가하다는 논리로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여당의 ‘갈 지(之)’ 자 행보를 두고 야권 공세에 뚜렷한 전략 없이 임기응변식 ‘말 바꾸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한 대행의 권한에 대한 입장을 바꿔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 주도로 한 대행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이 규정한 국무회의 최소인원인 15명으로 줄어 ‘정부 마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으로 정부 국무위원 숫자는 16명이다.

이은지·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