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편의점 등 소매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9일 김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직접 판결하는 파기자판을 통해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정부의 개선 입법 의무 불이행으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피해를 봤다"며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쟁점은 국가가 옛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라 위법한지, 손해배상 책임까지 성립하는지였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유지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대해 바닥면적 합계 300㎡ 이상이면 경사로 등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부여했다. 김 씨 등은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해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보장한 접근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 등이 원심에 불복하면서 대법원은 2022년 11월부터 해당 사건을 심리해왔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앞서 지난 10월 공개변론을 열고 전문가 참고인 등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