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된 여름 난장 프로그램. 지역문화진흥원의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맞춤형 기획 공연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지역문화진흥원 8개월간 행사
인천 개항장투어 등 특색 담아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10월.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알려진 오장환(1918∼1951) 시인의 생가와 ‘오장환문학관’ 등이 위치한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서도 가을의 정취 속 한국문학의 깊은 심지를 담아낸 문학 피크닉이 열렸다. 문화생활로부터 소외된 지역부터 다종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꽃피우려는 고장까지, 올 한 해 동안 지역민들의 삶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활력과 온기를 선사한 데에는 ‘구석구석 문화배달’의 힘이 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한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문화가 있는 날’ 주간에 혁신 문화지구 등 전국 53개 지역을 찾아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했다. 매달 100개에 육박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참여자는 총 26만 명에 이른다. 이 사업은 그동안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특색 있는 문화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국민에게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게 만들자는 목표로 기획된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활력촉진형’과 ‘미래선도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활력촉진형은 대도시와의 격차를 줄여 고령화와 지방 소멸에 적극 대응하고자 진행됐다. 미래선도형은 문화지구 4곳을 선정, ‘문화지구 콘텐츠’를 육성해 방문객의 유입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난 5월과 8월 인천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행사는 특히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에서는 개항장의 역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형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참가자들은 “인천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례는 섬진강과 연계해 기획된 지역 레저문화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뛰어난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해 그 지역만의 특색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지역과 다양한 문화 잠재력을 지닌 지역을 골목마다 누비며 시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인천에서 진행된 ‘스토리텔링 도보탐방’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개항기 의상을 입은 채 전문 해설사와 함께 도시 발전의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걸어보니 바쁜 일상을 잠시 잊게 된다”며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운영 주체인 지역문화진흥원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2024년 사업에 힘입어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발굴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계속될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공모를 통해 참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흥원은 내년 사업의 기획안을 이달 27일까지 e나라도움을 통해 접수하고 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