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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시가 특별하다 -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

“문화와 예술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분명히 있어요.”

부산 영도구는 지난 5년간 법정문화도시 사업으로 ‘문화의 힘’을 제대로 맛봤다. 1차 법정문화도시 가운데 유일한 인구소멸지역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영도. 이곳의 문화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고윤정(사진)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지역소멸을 문화·예술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로 문화도시를 운영했다”며 “영도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문화’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부터 인구소멸 문제를 중심에 두고 발전시킨 문화 프로그램의 효과가 이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 센터장은 “문화 돌봄과 어린이 교육과 같이 인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며 “5년 동안 지역 구민과 예술가, 연구자, 문화기획자, 도시기획자까지 서로 어울려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동네 예술가가 고립 위험에 있는 주민을 찾아가 외로움을 완화해 주는 ‘똑똑똑 예술가’다. 사업은 시인이나 화가와 같은 예술가가 고립 가구를 찾아가 공예, 시 창작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하면서 외로움을 덜어주는 ‘문화 돌봄’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영도에는 2019년에 비해 문화 분야 사업체 수가 눈에 띄게 증가(영상·오디오 5배, 디자인 3.2배, 출판업 2.44배 등)했고 거주 예술인 수도 1.62배가 됐다.

물론 영도가 처음부터 이런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문화도시를 꾸려나간 것은 아니다. 고 센터장은 “처음에는 조형물, 벽화 같은 문화예술 사업에 초점을 뒀다”며 “그런데 주민들이 인구가 계속 줄고 지역에 활력이 없다는 거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 컸다”고 평가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이 늘면서 이제는 지역 브랜딩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외적으로 가장 큰 성과는 4개의 다리로 연결된 영도의 특성을 반영해 ‘한 선 잇기’라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전용 글꼴인 ‘영도체’를 개발한 것이다. 문화도시 브랜드로 영도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iF(International Forum)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했다. 고 센터장은 “문화예술 분야 창업자들이 지역에 진입한 것이 특히 주요했다고 생각한다”며 “서점이 생긴다거나 전시관이 생긴다거나 도시 활력을 이끄는 사람들이 와야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지만 고 센터장은 우려가 남는다. 올해로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되는 만큼 지역에서 활력을 유지할 수 없을까 봐서다. “진행하던 사업 가운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이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어서 하려고 해요. 지역에서도 유지하기를 바라는 바람도 많은데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