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헌정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이번엔 그 사유도 무시무시한 ‘내란죄’다. 탄핵 심판은 오롯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으로, 재판관들은 혼란과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에 3명의 국회 몫 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도 있지만, 관행보다 더 중요한 게 국익이니 정치권이 합의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지금은 정치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신속히 합의, 처리함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국가 신인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협력하겠다니 다행이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가안보와 치안의 허점을 메우는 일이다.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국가안보의 책임을 진 고위 지휘관들이 동시에 내란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고, 조지호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도 마찬가지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시급히 안보·치안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만 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으론 해결될 수 없다. 동시에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동맹과 우방에 우리의 민주주의 수호 노력과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통보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여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비현실적인 법안들을 폐기해야 한다. 민주당이 자발적으로 이를 철회하거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무효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적 이유로 과도하게 삭감한 예산안을 재심의, 처리해 국정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도 논의해야 한다. 그 밖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각종 정책 협의도 필요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필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 신문 칼럼을 통해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을 1987년 체제의 종식과 제7공화국 출범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동참을 위해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를 보장하는 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급조된 1987년 체제는 그 수명을 다한 지 오래다. 정치는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 대치 정국을 불러와 어느 대통령도 끝이 좋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과 이념, 가치의 골은 깊어져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 결과, 협치는 사라지고 극단적 대결만 남아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보스에 충성해야 공천을 받아 출세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없애지 않으면 젊고 유능한 청년들이 풀뿌리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당선되면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를 막기 위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을 없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을 없애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약속한 불체포 특권을 비롯한 모든 특권을 폐지하고, 개헌을 통한 정치 개혁에 나서라. 그러면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진정한 차기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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