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아베 부인 나서 트럼프 면담 추진
한국은 ‘정상 부재’ 속 소통 어려움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해야 할 한국의 외교가 불확실성 터널의 입구에 들어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직접 대화 움직임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관세 부과 등 일방통행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대응이 어려운 상태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흐름은 물론 북한과 밀착하는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4강 외교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C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전쟁을 멈추고 싶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또 북한 등을 담당할 특사에 외교 책사이자 충성파이며 대북 대화론자인 리처드 그리넬(사진) 전 주독 대사를 지명했다. 앞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배제하거나 한국과 상의 없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상황을 우려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한국 패싱의 현실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 정상과의 직접 대화를 즐기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전략적인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직접 트럼프 당선인을 찾고 있고, 일본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웠던 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부인까지 동원하는 등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한시적·제한적 국무총리 직무대행 체제여서 트럼프 당선인과 깊은 대화를 갖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방한 연기 등으로 셔틀 외교가 멈추며 한·일 간 협력 및 한·미·일 삼각 공조도 붕괴 위기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중국 간첩을 언급한 것은 곧바로 한·중 관계의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은 당장 윤 대통령의 발언에 ‘누명’이라고 불만을 대놓고 표시했다. 교체를 앞두고 있는 양국 대사의 부임도 멈춘 상황이다.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외교도 어려움에 빠졌다. 러시아 관영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날 러시아가 시리아 주재 북한 공관의 직원 철수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