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反 → 贊 ‘말 바꾸기’ 비판
국회 떠나며 “여러분 지키겠다”

16일 사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르면 내년 봄 치러질 수 있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 당 안팎 상황을 볼 때 여전히 한 대표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에 올라탄 뒤 지지자를 향해 “여러분이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차를 한 차례 더 멈춰 세운 뒤 지지자에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한 대표는 향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히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을 겨냥한 듯 ‘부정선거 음모론자’ ‘극우주의자’라고 표현하는 등 보수 진영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 대표는 이날 용비어천가 글귀가 들어간 넥타이를 맸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건국 정당성을 강조한 서사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한(친한동훈)계 중심 탈당·분당 시나리오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는)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라고 밝히며, 당원과 당직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한 대표 대권 출마가 가시화될수록 당내 파열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 초기 윤 대통령의 탄핵에는 반대하되,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해임과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이후 한 대표는 입장을 다소 바꿔 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함께 사실상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위임 체제’를 들고 나왔지만, “여당 대표가 대통령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독단으로 움직인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탄핵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점도 한 대표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다면 ‘탄핵 찬성’으로 생각을 바꾼 한 대표가 오히려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전히 여권 주자 중에서는 가장 앞서있기도 하다.

당내 ‘탄핵 찬성파’의 구심점으로서 한 대표가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가는 대선 출마 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윤 대통령 2차 탄핵안 국회 표결에서 여권 이탈표가 최소 12표에 그친 점은 한 대표의 원내 장악력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 부분이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