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 尹 탄핵소추 이튿날 오전까지 관련 보도 자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때는 즉각 "국정 이끌 수 없는 신세 됐다" 보도 …청와대 타격 모의 훈련도
군사적 긴장 고조 방지 위한 신중행보인듯…커뮤니티에는 "정은 둥절?" 풍자 밈 봇물


북한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소식을 관영매체에 보도하지 않는 등 신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15일 북한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오전까지 윤 대통령 탄핵소추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약 4시간 만인 당일 저녁에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활용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이날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박근혜 탄핵안 국회에서 통과, 대통령의 권한 상실’이라는 제목의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사도 실렸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정지당하고 국정을 이끌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청와대와 한국 핵심인사를 타격하는 내용의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북한 전투요원들이 무장한 채 청와대를 본뜬 시설물을 공격하고, 이를 김 국무위원장이 기뻐하는 모습으로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서 북한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1주일 이상 관련 보도를 하지 않다가, 11일에서야 첫 보도를 냈다. 방식도 남한 매체와 외신 보도를 인용하면서 직접 언급을 자제하는 신중한 움직임을 보였다.

12.3 비상계엄 직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남북 국지전을 유도한 뒤 이를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실제로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파견한 상태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소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긴급 현안질의에서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는데 누구 지시를 받았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0월11일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10월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방부가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한 데 이어, 12·3 계엄 이후에는 무인기 투입을 지시한 주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노동신문

한편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로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잠잠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풍자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오물풍선을) 다시 만들어 보내도 되겠지?’라는 제목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뉴스를 지켜보는 합성사진이 게시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김 위원장이 찌푸린 표정을 짓는 사진과 함께 "뭐지,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라는 글이 적힌 게시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