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운상가 인근에 위치한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특정장소 고양이 몰려 피해 호소
세운상가 상인 300명 단체 민원

급식소 옹호 시민은 “철폐 금지”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운영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쏟아지는 ‘폐지·존치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정 장소에 고양이들이 몰려들면서 인근 주민들이 위생 문제 등 피해를 호소하며 공공급식소를 “폐지하라”고 주장하자 이 정책을 옹호하는 시민들이 “안된다”고 맞서면서다.

3일 서울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달 초 종로구 세운상가 상인 300인은 세운상가 인근에 위치한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2곳을 폐지하라는 단체 민원을 넣었다. 밥을 먹으러 모여든 길고양이들이 상가 안에 배설물을 남기고, 천장을 타고 다니며 상가를 훼손하면서다. 종로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다니는 ‘캣맘’의 무분별한 밥그릇 설치를 막고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2017년 20곳을 시작으로 현재 48곳의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안석탑(64) 세운상가시장협의회 회장은 “급식소 설치 전에는 길고양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지 않았다”며 “고양이들이 망가뜨린 천장을 고치는 데 30만∼40만 원이 들어가는 등 큰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철폐 금지 민원’을 독려하고 있는 한 시민은 “공공급식소를 없애면 캣맘의 무분별한 먹이주기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공공급식소가 주민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거제시 상황도 비슷하다. 거제시는 올해 6월 독봉웰빙공원에서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2곳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범 운영 기간이지만 ‘급식소를 운영해도 무분별한 길고양이 급식을 방지할 수 없고 주민 피해만 커진다’는 ‘폐지 민원’이 10여 건 접수됐다. 거제시 관계자는 “캣맘을 관리해달라는 민원도 월 20건 정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리 지어 사는 고양이 특성상 군집 관리가 필요하다”며 “민원 다발 지역은 급식소 설치를 넘어 집중 중성화 사업으로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