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박탈땐 학교장 재량 도입
여당도 관련 법안 발의해 방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27일 오후 교육위 전체회의에도 상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육부에 비상이 걸렸다. AI 교과서가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할 경우 학교장 재량에 따라 활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정책 추진에 힘이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날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의 단독 처리에 항의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했지만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가결한 것이다. 이날 오후 교육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전체회의 안건이 배포되지는 않았지만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또다시 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 여당 측에서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AI 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 인정 내용을 담은 또 다른 개정안을 서지영 의원이 발의해 방어에 나선 상태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AI 교과서에 대해 교과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에 반해 야당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우선 교과서 대신 교육 자료로 규정하자며 맞서고 있다. 교육 자료의 경우 학교별로 필수 선택해야 하는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교육자료가 될 경우 학교현장의 실제 사용률이 낮아져 AI 교과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개발사도 시장확보가 불확실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과서협회와 AI 교과서 발행사들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교과서에 교과서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AI 교과서를 교과서에 포함했기 때문에 법적 지위를 갖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