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눈의 악몽 27일 대설특보가 내려진 전북 진안군 진안읍 익산∼포항고속도로에서 화학물질을 실은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뒤집혀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눈의 왕국 27일 오전 서울에 20㎝가 넘는 눈이 쌓여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윤성호 기자

■ 서울 20㎝이상 ‘첫눈 폭탄’

“줄 선 채로 지하철 몇 대 보내”
역대급 지옥철… 지각사태 속출
극심한 정체 도로가 정류장으로
성북구선 전신주 쓰러져 정전도

“폭설로 버스가 30분간 오지 않아 지하철을 탔는데, 역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숨도 쉬기 힘드네요.”

전날 밤부터 쌓인 눈으로 최대 20㎝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한 27일 오전 서울 도심은 ‘눈 폭탄’으로 인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폭설 예보를 접한 일부 시민들은 빙판길 운전을 피하기 위해 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했지만 대중교통 역시 지연이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직장인들의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지옥철’로 악명 높은 서울지하철 9호선은 차량기지에 눈이 쌓여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서 더욱 혼잡한 모습이었다. 경기 김포시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권모(31) 씨는 “9호선 급행 차량이 10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아 일반 차량을 탔는데 급행보다 사람이 더 많아 최악이었다”며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서로 먼저 승차하겠다고 밀어 아비규환 같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SNS에는 ‘9호선 열차 안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차 코너링할 때 차량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사람이 많아 나가지도 못하고 9호선에 갇혔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은 ‘폭설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영등포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42) 씨는 “지하철에 사람이 몰려 전동차 안에서 ‘지옥철’을 제대로 경험했다”며 “지각할 게 뻔해 미리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백모(34) 씨는 “평소 자차로 출근하다 어제 폭설 예보를 보고 지하철을 택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줄을 선 채로 몇 대를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호선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열차 지연이 시작돼 출근시간대 하행 기준으로 평소보다 10~15분 지연됐다”고 전했다. 이날 공사는 서울지하철 1∼8호선 오전 러시아워 운행을 30분 연장했다.

도로 역시 차량들이 폭설로 ‘거북이걸음’ 하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8시쯤 마포구 공덕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은 5m 남짓한 공간에 40여 명이 몰리면서 사람들이 차도에까지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밀지 마세요” “좀 비켜주세요” 등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들은 하나같이 승차 계단까지 승객들로 빼곡했다. 박현(29) 씨는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버스가 승객들로 꽉 차 3대나 보냈다”며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왔는데도 늦어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정소망(33) 씨는 “도로와 달리 인도 위 눈은 빨리 치워지지 않아 걷는 속도도 줄고 바지도 다 젖었다”며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성북구 성북동에서는 폭설로 인해 쓰러진 가로수가 전주와 전선을 접촉해 인근 가구 174호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오전 11시 기준 현재까지 복구가 진행 중이다.

노지운·전수한·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