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 고위관료 첫 공식명시
‘부정선거 의혹’ 마두로 반발 예상

미국이 ‘부정선거’로 3선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대신 야당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지목했다. 비슷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던 2018년 대선 직후 빚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 재현 가능성이 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사회적 혼란과 마두로 대통령의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X에 올린 게시글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지난 7월 28일 분명한 목소리로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만들었다”며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뜻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선 직후 친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선포한 야권의 손을 미국이 들어준 것이다. 그간 미국과 남미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대선과 관련해 개표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해왔지만, 미국 측 고위 관료가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해당 발언을 조 바이든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했다.

미국의 발표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때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며 국내에서 더욱 ‘철권’을 휘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 이후 벌어졌던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다시 한번 일어날 수도 있다.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권의 불참 속에 치른 반쪽짜리 대선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당시 야당이 장악하고 있던 국회는 이듬해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세웠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과이도 전 의장을 지지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의 체포 위협을 피해 스페인으로 망명한 곤살레스는 이날 X에 블링컨 장관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베네수엘라 주민들의 주권적 의지를 인정해준 점에 대해 (미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차기 대통령 임기는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