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힘겨운 출근길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준법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윤성호 기자

내달 6일 전면파업 가능성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동시에 준법 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전철에 이어 서울 지하철에까지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전면 파업을 앞두고 준법운행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인 태업의 일종이다. 통상 출퇴근 시간 열차를 운행할 때 임의대로 열차를 빨리 보내는 등 조정을 하는데, 이 기간에는 열차 시간표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통상 승객들이 열차에 탈 수 있는 시간이 30초∼1분 정도인데 이를 엄격히 지키면 자연스럽게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태업으로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 곳곳에서는 길게는 20분까지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찾은 일부 역사는 “태업으로 인해 열차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는 안내 방송이 10분 간격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도림역 1호선 구간에는 승강장마다 승객들이 많게는 30명씩 줄지어 서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역에서도 시민들은 지하철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경기 시흥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50) 씨는 “가뜩이나 길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데, 파업 때문에 출퇴근길 모두 30분씩 늘어나 화가 난다”며 “날도 춥고 경기도 안 좋은데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파업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장인 임모(22) 씨도 “한 동료는 열차가 정거장마다 10분씩 정차하는 탓에 2시간이나 일찍 나왔는데도 결국 지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간호사 황모(33) 씨는 “나이트 교대근무 후 이제야 집에 가고 있는데, 귀가가 늦어져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부터 철도노조가 준법 투쟁에 들어가면서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 등에서는 3일째 운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의 경우 그동안에는 한쪽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다른 노조가 임시 열차를 투입해줬지만, 이번에는 양쪽 모두 태업에 들어가면서 대체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 해결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달 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수한·김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