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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간 MOU서 ‘민간 협력’ 거론

한·미 에너지 당국이 원전 수출에 관한 정부 간 협력 의사를 담은 업무협약(MOU)을 명문화함에 따라 양국 원전 업계에서도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체코 원전 수출을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마찰을 빚고 있는 와중에 양국 정부가 협력 메시지를 발표한 만큼 업체 간 마찰 해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미국 에너지부가 가서명을 한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MOU는 원자력 에너지 확대 촉진에 관한 양국 정부 간 협력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 단계뿐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의 협력도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양측은 이번 MOU에 대한 공동보도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1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에 가서명했다”며 “이로써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의 진전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번 MOU 가서명이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에 관해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각종 이의를 제기한 가운데 발표된 것인 만큼 ‘민간 원자력 협력’을 거론했다는 부분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올 7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 허가 및 신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며 1심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한 상태다. 또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공정경쟁보호청에 한수원의 입찰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 역시 최근 기각됐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MOU 가서명이 양국 원전 업체 간의 협력 및 국내 원전 업계에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와 미 에너지부는 “이번 추가적인 약속(MOU)은 기후 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핵심 공급망 보장을 위한 양국 간 협력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상당의 새로운 경제 기회를 제공하고, 양국 산업에 수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번 MOU가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법적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 간 원전 협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만큼 마찰의 원만한 해소 분위기에 일조하는 동시에 향후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