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음주운전 이미지. 뉴시스

70대 여성 사망사고 뒤 도주, 결국 구속
“사고 후 술 마셨다” 주장…음주운전 입증 난항
경찰,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에도 증거 인정 어려워
‘술타기 수법’ 처벌법 내년 6월 시행 주목

부산=이승륜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뒤 음주운전을 부인해 온 남성이 구속됐다. 그러나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사상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A(60대)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지난 10월 28일 오전 5시께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B(여·70대) 씨를 차량으로 치고 도주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10시간 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음주 측정 결과 면허 정지 기준에 근접한 ‘훈방’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록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사고 이후 오전 9시쯤 편의점에서 소주 반병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숙취 상태에서 사고를 낸 뒤 이를 은폐하려고 사고 후 술을 마셨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에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다각도로 2개월간 수사를 벌였지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A씨가 사고 후 마셨다고 주장하는 술의 양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기 어려워,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하는 모습은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지만, 실제 마시는 장면이나 버려진 술병은 발견되지 않아 사고 후 마신 술의 정확한 양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속 영장을 신청하면서 범죄사실에 음주운전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A씨가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점과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내용을 명시해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사고 후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처벌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달 14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