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2차 여야 대표 회담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로부터 촉발된 특별감찰관 도입에 관한 당의 방향성부터 정하고 회담에 나서기를 원하는 반면, 이 대표는 서둘러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재촉하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 측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 이후 여야 대표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기류가 더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거쳐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기로 하면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를 수단으로 삼아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한 대표는 당론이 정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별검사법’을 방어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계 관계자는 “의원총회를 통해 특별감찰관 후보를 내기로 한다면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 대표에게 ‘김 여사 문제를 매번 지적한 만큼 민주당도 특별감찰관 후보를 내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이미 개최에 합의한 만큼, 되도록 빠른 시기에 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한 대표와의 회담이 조속하게 열리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는 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로도 여권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함께 공세를 펼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 대통령실을 고립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는 빨리 만나자고 했지만 한 대표 측이 답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차 여야 대표 회담의 시점과 결과에 따라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체’의 성과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법·상설특검·국정조사’ 등을 강행 처리하며 대여 총공세에 나설 경우 일시적으로 조성된 여야 화해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대영·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