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즐기며 환호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 글로벌 문화 관광 도시 부산
<上> 1 ~ 8일 진행 ‘페스티벌 시월’… 융합 시너지 폭발

세계적 美 ‘SXSW’ 벤치마킹
국제영화제·록페스티벌 등
각기 열던 행사 동시에 개최

음악·패션·기술·음식 ‘다채’
방문객 작년보다 33% 증가
해외 전문가들 호평 쏟아져
‘글로벌 축제 도약 기대’ 평가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올해 부산시가 처음 기획한 통합 가을 축제 하나가 부산을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빠르게 도약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이 통합 축제는 첫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축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으며, 행사에 참여한 외국 전문가들의 호평이 함께 쏟아져 내년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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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8일간 부산 전역에선 통합 가을 축제인 ‘페스티벌 시월’이 열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 축제는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융복합 축제다. 그동안 따로따로 운영돼온 영화, 음악, 패션, 기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17개 개별 행사를 하나로 묶어 같은 시기, 같은 브랜드로 개최됐는데 부산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올해 페스티벌 시월에 참여한 17개 행사의 통합 방문객 수는 40만 명으로 뿔뿔이 개최됐던 지난해 30만 명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부산시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방문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 부산시 측의 전언이다.

페스티벌 시월의 일환으로 열린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주최 K-팝 콘서트인 ‘K뮤직 시즌 굿밤 콘서트’의 경우 전체 좌석의 9%(2600석)를 외국인 관람객에게 팔았다. 앞서 이 콘서트가 단독으로 열렸을 때는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전체의 5%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17개 행사 중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아시아 창업엑스포,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의 참가객은 각각 전년 대비 107%, 45%, 177% 증가했다. 문화관광업계는 이번 통합 축제의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각 행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통합 행사를 통해 폭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부산문화회관과 경성대, 남구문화골목, 광안해변로 등 부산 곳곳에서 열린 축제형 공연 유통시장인 BPAM에는 아비뇽·에든버러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파리 몽펠리에 극장의 총감독이 방문해 행사의 위상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달 초 열린 ‘페스티벌 시월’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는‘사일런트 뮤직앤파티’를 즐기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페스티벌 시월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벤치마킹했다. 부산시의 초대로 행사를 돌아본 SXSW 창립자인 휴 포레스트 대표는 “페스티벌 시월이 비즈니스 교류와 관광적 가치가 높은 축제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한 뒤 “이를 위해서는 부산만의 고유성을 반드시 찾아 축제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셸 갤러허 미국 뉴멕시코주 문화부 차관은 “짧은 일정 동안 여러 행사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부산을 관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페스티벌 시월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부산만의 세계적 행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스텐 크리스티안 살루비어 칸영화제 마켓 담당은 “앞으로 페스티벌 시월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산업 전문가들이 만나 비즈니스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른 해외 공연·문화예술업계 전문가들도 “다른 장르의 행사들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것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시도”라면서 “다양성을 갖춘 부산의 장점이 국제융합축제를 개최하는 데 유리한 만큼 앞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축제를 찾은 내국인들도 향후 부산이 페스티벌 시월을 발판 삼아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5∼6일 맥주 페스티벌 기간에 열린 경연에 참가한 20대 선수들의 상당수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자 심사한 전문가들과 맥주를 시음한 시민들은 “글로벌을 밖에서 찾을 게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글로벌 잠재력이 내재해 있다”며 감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부산시는 새롭게 글로벌 융합 축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잠재력 있는 지역 행사를 선별해 통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이미 지역에 수준 높은 행사들이 즐비하다. 이들 간에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페스티벌 시월의 대표 프로그램인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엔 6만4000여 명의 록 음악 팬과 뮤지션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올해 록페스티벌에는 일본 등 해외 록그룹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관객의 열광적 호응에 감동해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음식 부문에서는 수제맥주페스티벌이 열려 부산의 다채로운 맥주와 요리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최신 기술을 접목한 AI+X 콘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AI)과 다양한 산업 간의 융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기술 혁신을 주제로 한 심도 깊은 발표들이 이어졌다.

부산시는 이번 페스티벌 시월 축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사 간 연계성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 52개 도시가 창설한 부산 소재 국제기구인 ‘글로벌도시관광진흥기구(TPO)’를 활성화하는 데 예산 6억 원가량을 투입해 부산이 글로벌 관광허브가 될 수 있도록 국제회의를 수시로 열고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체계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