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강 작가 책방있는 서촌 들썩…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인근에 걸려 있다. 윤성호 기자

■ MZ세대 중심 ‘독서 열풍’

소규모 책방 온라인 예약·대기
‘한강 책 읽고 이야기 나누자’
SNS엔 소모임 모집글 쏟아져

완독 부담 줄이고 “일단 시작”
독서 초보자 ‘책 산책’ 현상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책과 거리가 멀었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독서에 관심을 붙이는 ‘한강 신드롬’ 현상이 온·오프라인을 강타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기존 작품들이 이례적인 품귀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아닌 작은 동네서점을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세대들이 자유롭게 소모임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앱에는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한강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독서 소모임 모집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다음 주 주말부터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열자고 제안한 한 소모임 모집자는 “완독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얕은 지식이더라도 함께 모여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고 말했다. 또 다른 소모임 모집자는 “한강 소설은 교양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자며 참여를 독려했다. 갑작스러운 모집에도 6∼7명의 인원을 모으는 소모임은 현재 대부분 모집이 완료됐다.

독서 초보자들이 천천히 책에 대한 애정을 붙여나가는 ‘책 산책’ 현상도 나타났다. ‘책 산책’이란 책을 들고 외출했다가 미처 읽지 못하고 돌아오더라도 “집·도서관에 있던 책을 외부로 산책시켰다”며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을 뜻한다. 지난 주말 혼자 책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는 김혜민(25) 씨는 “책을 시작하면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독서 습관이 붙지 않아 스마트폰만 하다 결국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돌아올 때가 많아 죄책감도 들었는데, 앞으로는 ‘책 산책’이라도 시켰다는 데 의의를 두며 독서 하는 재미를 차근차근 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SNS에 네티즌이 올린 ‘독서 초보 입문작 10권’ 게시글은 이날 현재까지 2만5000여 명이 저장했다.

대형 서점에서의 도서 예약을 취소하고 동네 책방으로 향하는 시민도 많아지고 있다. 한강 작가가 서울 서촌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했듯,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동네 책방을 응원하려는 마음에서다. 대전에서 6년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예은(39) 씨는 13일 처음으로 온라인 예약 주문을 열었다. 조 씨는 “당장 입고가 어렵다고 안내해도 어차피 살 책이면 작은 책방에서 사는 게 도움되지 않겠냐며 기다리겠다는 손님들이 있다. 벌써 20여 명의 손님이 예약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정웅(41) 씨는 “수상 발표 이후로 40여 건의 문의가 왔었고 새벽 3시에도 전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번 수상을 기회로 동네 책방에 관한 관심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율·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