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중국 최대의 e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새로운 한국 시장 확대 전략을 선언했다. 여전히 유해 상품의 존재와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정보 유출과 관련한 문제도 명확하지 않지만, 알리의 공격적 마케팅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달 초 중국 항저우(杭州) 알리바바 캠퍼스로 한국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한국 시장 진출 전략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알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20억 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다른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기업들이 부진한데도 사용자가 전년 대비 430만 명이나 늘었다.

한국 알리는 3년 안에 국내 온라인 쇼핑 사용자의 절반인 17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한국 셀러들을 대거 유치해 역직구, 즉 해외 판매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공격적 마케팅을 선언했다. 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3000조 원(약 2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케이베뉴’(K-venue)를 통해 국내 e커머스 시장까지 진출한 상태에서, K-패션, K-뷰티, K-팝 등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의 해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알리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64%는 대기업이 하지만, 나머지 36%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언어·문화적 장벽이나 가격 경쟁, 준법 감시 및 인재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들이 봉착한 해외 판매의 어려움을 알리바바의 AI 시스템을 활용해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일견 듣기에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다. 알리는 이미 100여 개의 한국 화장품 업체가 이달 말부터 알리익스프레스를 플랫폼으로 글로벌 셀링에 참여할 예정임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꼭 짚어 봐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알리는 글로벌 셀링 사업이 셀러들에게 효율적인 이익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300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으로 아마존에 이어 글로벌 2위 기업인 알리의 공습은 유통은 물론 국내 제조·판매 네트워크까지 장악할 공산이 크다. 만일 국제 유통시장을 알리에 뺏긴다면, 토종 업체들은 유통 주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 분야도 거대 유통 기업의 주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AI)을 전자상거래 영역에 접목해 셀러들이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임도 밝혔다. 이미 191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품의 디자인부터 설명, 현지 판매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모든 정보의 흐름을 알리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챗봇을 통한 고객센터 운영, 신용카드 업체 등과 같은 서류 작업에 따른 기업 정보 유출도 우려된다.

결국, 한국 알리의 목표는 국내의 배송 인프라 시스템과 질 높은 정보기술(IT) 환경을 이용해 우리 상품을 세계로 공급하는 온라인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유통과 제조업이 중국의 AI 기반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종속돼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이러한 시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 경제안보적 시각에서의 검토와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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