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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최민기(36)· 한민희(여·33) 부부

저희 부부는 살짝(?) 독특한 계기로 만났습니다. 과거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로부터 금전 사기를 당했던 저(민희)는 다른 피해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남편 또한 제 전 남자친구에게 피해당한 사람 중 한 명이었죠.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전 남자친구를 사기죄로 신고할 수 있던 건 저와 남편뿐이었어요. 둘이 함께 고소 사건을 진행하게 되면서 자주 보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정신적으로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남편은 그때 제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대요. USB를 가져다준다는 등의 작은 일을 구실 삼아 제 끼니 여부를 챙기면서 힘이 돼 줬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제 손을 잡으며 “옆에 있어 주고 싶다”고 고백했고, 그렇게 사귀게 됐습니다. 저희는 발이 닿는 대로 여행하면서 사랑을 키워갔어요. 코로나19가 심하던 무렵에 연애하다 보니 주로 차 안에서 데이트했는데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드라이브하면서 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여기저기를 다녔습니다. 만약 찜닭이 먹고 싶으면 바로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는 식으로요.

가는 곳마다 우리 둘을 닮았다고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한번은 둘이 미용실에 갔는데, 거기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남매냐고 물어보기도 하셨어요. 둘이 평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데 이미지까지 닮아, 서로에게 더 끌리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는 2022년 결혼해 부부의 연을 맺었는데요. 프러포즈 때 받은 반지에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세공일을 하는 시부모님께서 당신들 반지에 있던 다이아몬드를 빼 저희 웨딩 반지를 만들어주셨거든요. 저를 위해 섬세하게 정성을 담아주는 시부모님 모습에 감동했답니다. 결혼하고 가장 좋은 점은 마음을 온전히 기댈 수 있는 ‘내 편’이 생겼단 거예요.신혼 초 가사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배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