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70%가 운용

국민연금 개혁의 주된 방향성인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맞춰 ‘자동 안정 장치’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36년 전 도입된 국민연금은 내는 돈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보험료율 인상 등 개혁은 두 차례만 이뤄진 만큼 연금 지속성을 위해 연금 운용 방식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2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연금 지속성을 위해선 ‘자동 안정 장치’가 도입된다. 이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연금재정수지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 모수(母數)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연금 지급액을 낮추는 등 연금 안정성을 자동 보장한다. 작동 원리는 설계 방식에 따라 다르다.

스웨덴,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하고 있다. 1999년 가장 먼저 도입한 스웨덴은 기대여명이 늘어나면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도록 조절했다. 독일은 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 지급액도 자동으로 줄어드는 방식을 택했다. 국민연금의 모태인 일본의 후생연금도 출산율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한다.

골자는 연금개혁에 있어 정치적 변수를 배제한 것이다. 연금 작동 원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아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 개혁은 규칙적으로 이행된다는 게 장점이다. 여러 정권에 걸쳐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연금 제도를 둘러싼 세대·계층 간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정부에 자동 안정 장치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탓에 노인부양비 상승률이 가팔라 연금 재정이 쉽게 취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세부적인 수치와 운용 방식은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자동 안정 장치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논의를 처음 제안했다. 현재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하지 않은 OECD 회원국은 한국과 벨기에 등 14곳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